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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 오이디푸스, 모세, 부족의 아버지

2023.
8. 11. Cartel

백상현, 라깡세미나17 <정신분석의 이면> 강해

7강. 3개 신화, 외디푸스, 모세, 부족의 아버지 (S.8 Mar. 11. 1970)
오이디푸스 그는 무지하지 않았다. 그는 예언자의 지식을 알고 있었기에 행동할 수 있었다. 행동 해야만 했다. 이미 근친상간의 타부는 그에게 강력한 금지의 지식이었다. 그가 모른 건 반만 말해진 지식의 이면이었다. 그가 피해 달아난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가 코린스의 폴뤼보스 왕(키워준 아버지)의 죽음을 듣고 안도하면서도 그 왕위의 영광을 꺼려했던 이유, 즉 저주받은 동침의 대상으로서 두려워 했던 왕비(메로페) 역시 그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오이디푸스 그는 무지했다. 그는 아폴론(포이보스)의 예언을 알았으나 그 예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해석대로 자신이 자란 코린토스를 떠나 떠돌았고 테바이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는 무지 속에서 라이오스 즉 아버지를 살해했으나 그것이 곧 어머니와 결혼하는 이유일 수는 없었다. 부친 살해가 곧 주이상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부친 살해는 주이상스를 금지하는 죽음의 선언이다.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이디푸스의 존재 조건이다. 그것은 주이상스를 위해 행해진 것이 아니라 주이상스를 낳은 진정한 아버지의 탄생이다.
진리는 지식이 아니다. 그러나 지식이 아닌 진리는 말해 질 수 없다. “말 밖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진리는 말씀이며 그 말씀은 단지 지식의 근본 환상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을 믿고 있는 그래서 매번 배반당하고 상실과 죄책감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반만 말해진 지식이다.
신화는 그런 근본 환상을 비켜가는 모순의 형식을 갖는다. 라깡은 “진리를 말하는 모든 종류 것에 내재한 법칙은 반만 말해진다는 것이고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인 신화다”라고 말한다. 오이디푸스의 신화는 소포클레스의 해석을 통해 지식으로서 말해졌고, 프로이트는 이를 다시 우리 욕망과 억압의 원형으로서 발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만 말해졌기에 알고 있음과 알지 못함의 이면이 함께 존재한다. 라깡은 프로이트의 지식이 은폐한 오이디푸스의 신화 이면을 슬쩍 건드린다.
이를 다시 해석으로서 정리하면 이렇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 하는 운명으로 던져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 환상으로서 어머니와의 쾌락 때문에 아버지를 미워하고 다시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는 억압의 원리를 증명해주는 지식이 아니다.
오이디푸스는 무지 때문에 테바이로 향했고 무지로 인하여 라이오스를 죽였다. 그러나 그가 어머니와 결혼한 것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테바이의 존재물음, 즉 알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의 공포를 자신의 이름으로 봉합하였기 때문이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당장 앞에 놓인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에게 왕의 권위가 있을 것이라는 테바이의 신앙은 자연스레 그를 이오카스테의 남편으로 테바이의 왕으로 만든다. 그러나 스핑크스의 죽음의 질문이 사라진 테바이엔 역병과 함께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라이오스를 죽인 자는 누구인가?”
사제 : 가장 사악한 역병이 내리 덮쳐 도시를 뒤쫓고 있으니 그로 말미암아 카드모스의 집은 빈집이 되어가고 어두운 하데스는 신음과 눈물이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나와 여기 이 아이들이 그대의 화롯가에 앉아 있는 것은 우리가 그대를 신과 같이 여겨서가 아니라 인생의 제반사에 있어서나 신들과 접촉하는 일에 있어서나 그대를 사람들 중에 으뜸가는 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카드모스의 도성으로 오셔서 가혹한 여가수(스핑크스)에게 바치던 우리의 세금을 면제해 주셨습니다. 그것도 우리들로 부터 무슨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나 암시를 받음이 없이 신의 도움으로 우리들의 삶을 일으켜 세우셨던 것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만인의 눈에 가장 강력하신 오이디푸스의 머리여. 우리들 모두가 탄원자로서 그대에게 애원하는 것이니 그대는 어떤 신의 음성을 들어서 알건 사람의 힘으로 알건 우리들을 위하여 무슨 구원의 길을 찾아 주십시오.
오이디푸스는 역병의 시달리는 테바이 백성들의 고통의 소리에 괴로워한다. 그는 처남인 크레온에게 아폴론 신전에 아폴론 신에게 역병을 몰아낼 신탁을 받아오라 명한다. 크레온은 신탁을 받아 오이디푸스에게 전달한다.
오이디푸스: 대체 어떤 신탁인가? 지금 그대의 말을 듣고는 안심할 수도 두려워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크레온: 이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앞에서 들으시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 안으로 드시겠다면 나도 안으로 들겠습니다. 오이디푸스: 모두 모인 앞에서 말하라. 나는 내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들을 위해 슬픔을 참고 있는 것이니까? 크레온: 그러시다면 내가 신에게서 들은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포이보스왕(아폴론)께서는 우리들에게 분명히 명령하셨습니다. 이 땅에서 양육된 나라의 치욕을 몰아내고 치유할 수 없을 때까지 품고 있지 말라고 말입니다. 오이디푸스: 어떤 의식에 의해 정화하라고 하시던가? 불행이 일어난 경위는 뭐라고 하시던가? 크레온: 사람을 추방하거나 살인을 살인으로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이 피가 우리의 도시에 폭풍을 몰고 왔다는 것입니다. …. 그분(라이오스)은 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께서 우리들에게 그자들이 누구건 그 살인자들을 손으로 벌주라고 분명하게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 오이디푸스: 목격자가 아무도 없단 말인가?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을 전해줄 사자나 수행인도 없었더란 말인가? 크레온: 모두 죽고 한 사람만이 겁에 질려 도망쳐왔습니다. 하나 그가 본 것 중에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 그의 말로는 도적들이 그들에게 덤벼들어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많은 손으로 그들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스핑크스의 질문을 봉합한 자에게 새로운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라이오스 왕을 죽인 이를 찾아 추방하거나 벌해야만 테바이의 역병 문제는 해결된다. 스핑크스는 어쩌면 테바이에 근원적인 질문, 즉 왕이 된 자가 답할 수 없는 수수께끼를 은폐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오이디푸스: 왕이 그렇게 쓰러졌을 때, 대체 어떤 불행이 길을 막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을 방해했다는 말인가? 크레온: 수수께끼를 내는 스핑크스가 우리들에게 어두운 일은 내버려두고 당장 발 앞에 떨어진 일을 생각토록 했던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그렇다면 나는 새로 시작하여 다시 어두운 일을 밝히겠다.
오이디푸스는 왕의 권한으로 법을 발화한다. 그러나 법을 발화한 자에게 그 법이 적용되는 사태를 알지 못한다. 법은 그 법에 의해 근거되지 못하니 오이디푸스는 어디에 근거하여 법을 선포하는가. 이는 안티고네에게 법을 선포하는 크레온에게도 해당된다.
오이디푸스: 내 이르노니, 그 살인자가 누구이든 간에 내가 권력과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자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말을 건네서는 안되며 그자와 공동으로 신들께 기도를 올리거나 제물을 바쳐서도 안되며 그자에게 물로 정화의식을 베풀어서도 안된다. 퓌토 신의 신탁이 방금 내게 밝혔듯이 그자는 우리들에게는 더러운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그자를 집 밖으로 내쫓도록 하라. 나로 말하자면 신과 피살자를 위하야 그러한 동맹자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내 간절히 비노니, 그 알려지지 않은 살인자는 혼자서 범행을 했건 여러 사람과 작당을 했건 그 자신이 사악한 인간이듯 불행한 일생을 사악하게 보낼지어다. …. 코러스장 : 그대가 저주로 나를 묶으시니, 왕이여, 나는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살해하지도 않았고 살인자를 밝혀낼 수도 없습니다. 이 문제로 말하면 포이보스께서 그것을 보내주셨으니 다름 아닌 그분께서 범인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 내 알기에 포이보스왕에 가장 가까운 예언자는 테이레시아스 왕입니다. 그분에게 물으시면 왕이여, 가장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주이상스를 발화하는 자입니다. 그는 진리를 말하는 예외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헤라의 뱀들이 교미하는 것을 보고 막대기로 쳐 죽입니다. 헤라의 분노로 정신과 육체가 모두 여성을 변화한 그(녀)는 여자로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7년을 살다 다시 교미하는 뱀을 죽여 남자로 전환됩니다. 이후 제우스와 헤라의 쾌락 논쟁에 말려들어 여성의 쾌락이 10배 더 크다라고 제우스의 편에서 대답해 헤라의 분노를 사고 눈이 멀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제우스는 이를 불쌍히 여겨 수명을 7배로 늘려주고 미래를 볼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고 합니다.
테이레시아스: 아아, 지혜가 지혜로운 자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곳에서 지혜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아아, 어쩌자고 내가 그것을 잘 알면서도 깜빡 잊었던가! 그렇지 않았던들 이곳에 오지 않았을 텐데! …. 그대들은 모두들 모르고 있소. 하나 나는 결코 나의 불행을-그대의 불행이란 말을 않기 위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오- 드러내지 않을 것이오. …. 그대는 내 성질을 나무라시지만 그대와 동거하고 있는 그대 자신의 것은 보지 못하시는 군요. 나만 꾸짖으시니 말입니다. …. 내가 침묵으로 감싼다 하더라도 올 것은 저절로 옵니다. (오이디푸스는 말하려 하지 않는 테이레시아스를 라이오스왕 살해의 공범으로 비난한다) 그렇다면 내 그대에게 이르노니 그대는 그대 자신이 내린 명령을 지켜 오늘부터는 이 사람들에게도 내게도 말을 걸지 마십시오. 바로 그대가 이 나라를 더럽히는 불경한 자이기 때문입니다. 오이디푸스: 그따위 말을 내뱉다니, 어쩌면 저토록 뻔뻔스러울 수가 있을까! 그러고도 어디서 그 벌을 면하리라고 생각하는가? 테레이시아스: 벌써 면했습니다. 나는 진리 속에 나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 그대가 나의 눈 먼 것까지 조롱하시니 말씀드립니다만, 그대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대가 보기에는 나는 그러한 바보입니다. 하나 그대를 낳아준 양친에게는 온전한 사람이었습니다. …. 오늘 이날이 그대를 낳고 그대를 죽이게 될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온통 수수께끼 같은 모를 소리만 하는구나! 테이레시아스: 수수께끼를 푸는 데는 그대가 가장 능한 사람이 아니던가요? ….. 보는 대신 눈이 멀고 부자 대신 거지가 되어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낯선 땅으로 길을 떠나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같이 살고 있는 그의 자식들의 형제이자 아버지이며, 그를 낳아준 여인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그의 아버지의 침대를 이어받은 자이자 그의 아버지의 살해자임이 밝혀질 것입니다.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에 분노한 (두려운)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의 배후에 왕위를 욕망하는 크레온이 있다고 의심한다(하고 싶어한다)
오이디푸스: 몰래 음모를 꾸미는 자가 재빨리 다가오고 있을 때는 나도 재빨리 그 대책을 세워야만 하오. 만일 내가 안일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그자의 목적은 달성되고 나의 목적은 빗나가고 마는 것이오. 크레온: 그렇다면 어쩌하시겠다는 것입니까? 나를 나라 밖으로 쫓아내실 겁니까? 오이디푸스: 천만에.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의 죽음이지 그대의 추방이 아니다. 그래야만 질투가 어떤 것인지 그대가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크레온: 그대는 양보하거나 믿지 않기로 결심하고서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오이디푸스: 물론이지. 그대는 무슨 말을 해도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되니까? 크레온: 내가 보기에 그대는 온전한 정신이 아니십니다.
크레온과 오이디푸스의 언쟁에 이오카스테가 등장하여 이를 말리고 오이디푸스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이오카스테의 질문은 오히려 오이디푸스를 점점 불안하게 합니다. 봉합하려는 그녀의 질문은 이상하게도 자꾸 은폐되었던 주이상스의 진리를 드러내게 됩니다.
이오카스테: 일찍이 라이오스에게 어떤 신탁이 내린 적이 있었지요. 아폴론 자신이 아니라 그분의 사제들로 부터말여요. 그 신탁이란 운명이 그를 따라잡아 그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손에 그가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라이오스는 적어도 소문대로라면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세 길이 만나는 곳에서 어느 날 다른 나라의 도적들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거여요. 그리고 아들은 태어난 지 사흘도 안되어서 라이오스가 두 발목을 같이 묶은 뒤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 인적 없는 산에 갖다 버렸어요. 그리하여 아폴론께서는 애가 아버지의 살해자가 되고 라이오스는 아들의 손에 죽는다는, 그가 두려워하던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셨던 거여요. 이렇게 되도록 예언의 말씀들이 미리 정해 놓았던 거지요. 이렇게 되도록 예언의 말씀들이 미리 정해 놓았던 거지요. 그러니 예언의 말씀들에 관해서는 걱정 마셔요. 신께서 필요해서 구하시는 것이라면 그분 자신이 쉽게 밝혀주실 테니까요. 오이디푸스: 부인이여 방금 그대의 말을 듣고 나니 내 영혼은 갈피를 못 잡고 내 마음은 뒤흔들리는 구려. ….. 오오 제우스 신이여, 그대는 내게 무엇을 행하기로 결정하셨나이까? 아아 나야말로 불행하도다! 방금 내 자신을 무서운 저주 속으로 내 던져 놓고서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니 말이오. 그가 길을 떠날 때 소수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갔소 아니면 왕자답게 무장한 호위병들을 많이 거느리고 갔소? 이오카스테: 모두 다섯명이 었느데 그중 한 명은 전력이었어요. 그리고 마차는 라이오스를 태운 그것 한 대 뿐이었어요. 오이디푸스: 이 소식을 그대들에게 전해준 자는 대체 누구였소. 부인이여? 이오카스테: 집안일을 돌보는 하인이었어요. 그자만이 살아서 돌아왔지요. 오이디푸스: 그자는 아마 지금도 집안에 있겠구려? 이오카스테: 아니오. 그자는 그곳에서 돌아온 뒤 그대가 권력을 쥐고 라이오스가 죽은 것을 보고는 내 손을 잡으며, 이 도시가 보이는 데서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떨어져 있도록 자기를 들판으로 양 때들의 목장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했지요. 그래서 내가 그자를 보내주었어요. 그자는 노예 치고는 그보다 더 큰 혜택이라도 받을 만했으니까요. 오이디푸스: 그렇다면 그자는 당장이라도 우리들에게로 돌아올 수 있겠구려? …. 이오카스테: 그자는 올 거여요. 하지만 왕이여, 그대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이디푸스: 내 불길한 예감이 그만큼 앞으로 나아갔으니 내 그대에게 어찌 거절할 수 있겠소? …… 나의 아버니는 코린토스의 폴뤼보스였고 나의 어머니는 도리스 사람 메로페였소. 그리고 나는 그곳 시민들 중 제일인자로 통했소. 그런데 하루는 … 잔뜩 취한 어떤 사내가 술잔을 들며 내가 나의 아버지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고 말했던 것이오. ….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 몰래 퓌토(아폴론신전)로 갔었소. 그랬더니 포이보스(아폴론)께서는 내가 찾아간 용건에 관해서는 대답조차 않고 나를 내보내시며 그대신 슬픔과 공포와 고통으로 가득찬 다른 일들을 알려주셨소. 즉 나는 나의 어머니와 몸을 섞을 운명이고 사람들에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자식들을 보여주게 될 것이며 나를 낳아준 아버지의 살해자가 되리라는 것이었소. 이 말을 득고 나는 그때부터 코린토스 땅을 피하여 오직 별들에 의해 멀리서 그것의 위치를 재면서 나의 사악한 신탁이 예언한 수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않게 될 곳으로 줄곧 떠돌아 다녔소. 그리고 이렇게 다니다가 나는 이 왕이 살해되었다고 그대가 말한 바로 그곳에 이르렀던 것이오. …. 내가 길을 가다가 그 삼거리 가까이 이르렀을 때 그곳에서 한 사람의 전령과 그대가 말한 대로 망아지가 끄는 마차 위에 탄 한 사내가 나에게 다가왔소. 그리고 그 길자이와 노인 자신이 나를 억지로 길에서 몰아내려고 했소……. ….. 나는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렸소. 하나 만일 이 낯선 사람이 라이오스와 어떤 인척관계가 있다면 이제 나보다 더 불행한 자가 어디 있을 것이며 나보다 더 신의 미움을 받는 자가 또 어디 있겠소? 나는 어떤 외국인도 어떤 시민도 집안에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나에게는 어느 누구도 말을 걸어서는 아되며 나를 모두들 집 밖으로 내쫓아야만 하니 말이오. ….. 내게 남은 희망이래야 그자를, 그 목자(목격자)를 기다리는 그 정도 밖에 더 있겠는가? 이오카스테: 그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오이디푸스: 내 그대에게 말하리다. 만일 그자의 말이 그대의 말과 부합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나는 재앙을 면할 수 있을 것이오. 이오카스테: 내게서 무슨 특별한 말이라도 들으셨던가요? 오이디푸스: 그대의 말에 따르면, 그자는 라이오스가 도적들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했소. 그러니 만일 그자가 여전히 같은 숫자를 말한다면 살해자는 내가 아니오. 하나는 여럿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오. 하나 만일 그자가 단 한사람의 나그네라고 말한다면 그때는 분명히 범행이 내 쪽으로 기울 것이오. 이오카스테: 그자는 틀림없이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믿으셔요! 그자가 그것을 취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나 혼자가 아니라 온 도시가 그것을 들었으니까요. 설사 그자가 처음 이야기에서 다소 벗어난다 하더라도 오오 왕이여, 라이오스의 죽음이 예언에 꼭 들어맞는다는 것을 결코 보여줄 수 없을 거여요. 록시아스께서는 라이오스가 내 아들의 손에 죽을 운명이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런데 가엾은 애는 라이오스를 죽이기는 커녕 제가 먼저 죽고 말았어요. 그러니 나는 앞으로 예언 떄문에 좌고 우면하지는 않을 거여요. 오이디푸스: 옳은 생각이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농부를 데려오도록 사람을 보내고 이일을 소흘히 하지 마시오. 이오카스테: 지체없이 보내겠어요. 하나 좋으시다면 우리는 집안으로 들도록 해요. 나는 그대가 좋아하지 않는 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퇴장.
일단 이오카스테의 질문으로 은폐된 진리는 삼거리에서 라이오스를 죽인 자가 여렷이냐 한 사람이냐라는 살얼음과 같은 덮개로 잠시 덮어집니다. 그러나 곧 코린토스의 사자가 코린토스의 왕이자 오이디푸스의 아버지 폴뤼보스의 죽음을 알리러 등장합니다.
이오카스테: 뭐라고 했지요? 폴뤼보스께서 돌아가셨다고요, 노인이여? …. 오 시녀여, 너는 지체없이 달려가 이 말을 너의 왕에게 전하지 않겠느녀? 오오 신들의 예어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어디있는가! 바로 이분을 오이디푸스는 죽이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서 오랫동안 피했었는데 이제 그분은 그이의 손이 아니라 자연의 손에 돌아가셨군요. ….. 오이디푸스: 불쌍하신 그분께서는 보아하니 병으로 돌아가신 것 같구려. 사자: 그리고 그분이 잡수신 높은 연세 때문이기도 하지요. 오이디푸스: …. 하나 신탁은 지금도 그대로 폴뤼보스께서 자신과 함께 갖고 가 하데스에 누워계시니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오. 이오카스테: 이제 이런 일에는 조금도 마음을 쓰지 마셔요. 오이디푸스: 하나 어찌 어머니의 침대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소? …. 사자: 그대가 두려워하시는 그 여인이 대체 누구입니까? 오이디푸스: 폴뤼보스의 아내 메로페 말이오. 노인이여! …. 록시아스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내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내 자신의 손으로 내 아버지의 피를 흘릴 운명이라고 했소. 그래서 나는 코린토스에 있는 나의 집을 오랫동안 멀리했던 것이오. 그동안 나는 행복하게 지냈지만 그래도 나는 코린토스에 있는 나의 집을 오랫동안 멀리했던 것이오. ….. 사자: 오 내 아들이여, 그대는 분명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구려. ….. 폴뤼보스는 결코 그대의 핏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오이디푸스: 그렇다면 어째서 그분께서 나를 아들이라고 불렀소? 사자: 알아두십시오, 그분께서는 일찍이 그대를 내 손에서 선물로 받으셨습니다. …. 오이디푸스: 그렇면 그분에게 주었을 때 그대는 나를 샀소 아니면 우연히 주웠소. 사자: 키타이론의 주름 많은 골짜기에서 그대를 발견했습니다. …. 그대의 두 발목이 증언해 줄 것입니다. 그대의 두 발목에 구멍이 뚫려 있길래 내가 그 묶인 것을 풀어드렸습니다. ….. 이러한 운명때문에 그대는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이디푸스 = 부은 발) 오이디푸스: 제발 부탁이니 말해 주구려. 어머니의 소행이었소. 아버지의 소행이었소? 사자: 나는 모릅니다. 그것은 그대를 내게 준 사람이 더 잘 알것입니다. …. 그렇습니다. 다른 목자가 그대를 나에게 주었습니다. 오이디푸스 : 그자가 누구란 말이오? 내게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겠소? 사자: 라이오스의 가신들 중에 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자는 그분의 목자였습니다.
이제 질문은 누가 라이오스 왕을 죽였는가에서 “오이디푸스는 누구의 아들인가”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 질문의 답은 이오카스테가 분명이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오카스테: 제발 부탁이니 그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신다면 이 일을 추궁하지 마셔요. 괴로워 못 견디겠어요. 오이디푸스: 염려말아요. 내가 노예 어머니의 아들, 아니 삼대째 노예로 드러나더라도 그대는 결코 나쁜 가문에서 태어난 것으로 밝혀지지는 않을 테니까? 이오카스테: 하지만 내말을 들어요. 부탁이여요. 그렇게 하지 마셔요. 오이디푸스: 이 일을 분명하게 밝혀내지 말라는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요. 이오카스테: 나의 호의에서 그대에게 가장 좋은 것을 말씀드리는 거여요. 오이디푸스: 그런데 그 가장 좋다는 것이 아까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소. 이오카스테: 오오 불행하신 분이여. 그대가 누구신지 결코 알게 되지 않기를!
이오카스테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무지 속에서 오이디푸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오히려 오이디푸스를 계속 수수께끼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녀는 이미 신탁의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깡 역시 여자는 항상 작은 지식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지요. 진리를 묻는 오이디푸스의 강박적인 욕망 앞에서 이오카스테는 지속적인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녀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알게 되었고 오이디푸스로 부터 질문을 멈출 수 없게 되자 침묵하게 됩니다. 라깡은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오이디푸스가 진리의 시험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단지 주이상스를 위해 아버지를 살해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수준을 넘어 자신도 모르는 진리의 강박을 반복하고 결국 주이상스를 마주한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이오카스테의 반짝이는 황금 브로찌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그 진리를 보지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오이디푸스의 질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역병을 없애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라이오스 왕을 죽인자를 찾아 죽여야 한다.
2.
누가 라이오스를 죽였는가?
테이레시아스에 따르면 오이디푸스 자신이다.
테이레시아스의 말은 믿을 수 있는가? (크레온의 욕망)
이오카스테에게 라이오스의 마지막을 전한 하인의 말은 진실인가?
이오카스테가 전한 하인의 말은 진실인가?
라이오스를 죽인 자는 여러명 인가 아니면 한 사람인가?
3.
오이디푸스의 진짜 아버지, 어머니는 누구인가?
아폴론의 사제 록시아스의 신탁을 피하기 위해 죽이도록 명령한 라이오스의 아이는 정말 죽었는가?
라이오스의 가신인 목자는 그를 죽였는가?
코린토스의 사자에게 목자가 건네준 아이는 라이오스의 자식인가?
오이디푸스 신화를 소포클레스 비극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그가 이미 죽은 아버지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주이상스에 다가갔다라고 해석한 것은 프로이트 자신의 꿈일 것입니다. 라깡 역시 이번 세미나 마지막에 “오늘 강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프로이트의 꿈으로 분석해보는 것을 제안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오늘 발제를 준비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말해지고 있는 것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토템과 타부를 읽으면서 흥미로운 것은 프로이트가 타부의 기원을 토템의 족외 혼속을 통해 설명하고 있으며 애초에 왜 그러한 타부가 생겨났는가에 대하여 결국 다윈과 앳킨슨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성이 우두머리가 된 공동체에서 우연히 발생한 것, 여러 여성을 거느린 남성 우두머리의 질투가 “한 울타리 안에 사는 사람끼리는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규칙으로 확립되었다는 설명이지요.
그러나 라깡은 이러한 원초적 아버지의 이미지와 그의 살해라는 환상 역시 하나의 증상이며 그 역사적 증거를 떠나 인간의 무의식에 존재의 조건처럼 뿌리 박힌 부성적 은유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즉 그것은 프로이트의 증상이자 오늘날 신경증의 구조로서 상징-상상-실재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증상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