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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 리더의 가면 (죄책감과 수치심)

Aug 16 2023
리더는 내 바깥에 있는 욕망의 자리다.
지난 만남 동안 우리가 이야기한 “리더”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상대적으로 뛰어난 인간의 자질이나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조직 안에서 성취하거나 성장해야 하는 더 인간적으로 훌륭하고 고귀한 인간성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인간의 문명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주인-노예 관계 속에서 주인과 노예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는 상태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은 아이가 최초로 경험한 쾌락이자 자신을 파편화된 감각 그 자체의 분열된 것이 아닌 하나로 통합된 이미지, 즉 자아 환상을 만들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을 안고 만지고 소리를 들려주고 젖을 주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그 존재를 통해 자신을 하나의 자아로 형성하고 그 이상화된 이미지를 사랑하고 동일시 합니다. 우리 문명은 그 환상의 자리에 수 많은 것들을 가져다 놓고 욕망하도록 유혹하지요. 그중 강력한 이미지 중 하나인 “리더”의 이미지는 오늘날의 문명이 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내용들로 집약되어 있지요. 알 수 없는 매력과 포용력, 예지력과 용기, 이해심과 관용의 너그러움, 전체를 관망하는 지혜와 강력한 권위… 한때 우리가 꿈꾸는 아버지의 모습과 같이 말입니다.
한편, 우리는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감정은 신체의 물질적 실체가 아니며 고정되고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님을 이야기 했습니다. 리사 펠드먼 베럿에 따르면 감정은 신체예산관리를 위한 뇌의 내수용 신경망의 기능적 특성과 인간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복합물로서 구성되는 것입니다. 즉 감정은 문명의 언어를 개인의 의미화를 통해 받아들인 각자의 환상 구조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문명의 언어로 구성되기에 우리가 공유하는 비슷한 환상인 것입니다. 그 환상은 신체의 내수용 신경망의 작용과 연결되어 신체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감정의 성격을 통해 우리는 리더라는 자리 자체가 구성하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종의 불감증을 강요받는 자리인 동시에 공감이라는 모순된 요구에 놓인 리더에의 강요에 대한 질문도 해보았지요. 조직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인간은 마치 프로이트의 문명 속 불만의 증상과 같은 분열증 속에 놓여있음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우리는 지난 세션에서 엔지니어와 팀장 간의 갈등을 통해 조직 내에 갈등의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MBTI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해 줄 것 같은 요즘, 두 사람의 갈등은 T-F 관계의 전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너무 감성적으로 예민하고 한 사람은 너무 독립적이고 기계적인 것이 문제라는 사장의 말을 기억하시지요. 그러나 두 사람의 감정의 배경엔 두 사람이 조직 내에서 놓인 자리, 그 자리에서 요구 받는 역할과 책임, 주어진 것 위해 스스로 지켜야 하는 권위와 욕망이 있음을 알 수 있었지요. 갈등의 본질은 당사자 간의 성향의 차이가 아니었지요. 흔히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조직 내에서 요구받는 역할 안에서 적합한 욕망을 가지고 느끼고 행동하고 있었으며 단지 체계가 실행되는 방식과 권위의 확보를 위한 실천 사이에 간극이 있었지요. 조직의 갈등을 다루는 수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간극을 규정하고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해결을 통해 새로운 갈등을 지연하는 것이였지요.
오늘 함께 이야기해 볼 주제는 죄책감과 수치심입니다. 리더의 죄책감과 수치심은 두 가지 극단적인 양상의 행동과 감정으로 표현되는데요. 하나는 자신을 죄책감을 초월한 존재로 상상하며 독단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는 방식,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초라하고 수치스런 존재로 여기며 사기꾼처럼 여기는 독특하지만 전형적이기도 한 방식이지요. 이 모두를 소위 가면 증후군이라고 불러 봅시다.

리더의 가면 증후군

나는 왜 가면을 쓰는가?
내가 가장 편안한 가면은 무엇인가?
가면 아래 어떤 얼굴을 두려워하는가?

뮌하우젠 증후군 : 허언증, 꾀병, 병적 사기꾼…

임포스터 증후군

자신이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뛰어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신 주변을 속이며 산다고 믿는 불안심리를 말한다. 증후군이라고 하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경험이어서 정신건강 진단 메뉴얼 (DSM-5)에 조차도 임포스터 증후군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인류의 70% 정도가 이 현상의 경험을 가져 본 것으로 추정한다.

나의 가면 놀이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그 중 하나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무대가 주는 일종의 해방감과 안정감의 유혹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무대 = 거짓의 공간 (= 진실의 공간) = 나를 들키기 보다는 ‘속이는 나’를 드러내는 공간으로서 의미화
특히 그린룸 공연의 경험은 특별했다. 가면을 쓰고 인형의 움직임을 연기한 것이어서 이것은 배우인 나와 역할 간의 동일시 사이에 나의 얼굴을 가리는 가면과 무대에 등장하는 인형이라는 장치가 더해져 있었다.
연기에 진지해 질 수록 무대 역시 가면을 써야하는 동일한 공간으로 재현되기 시작 = 연기 자체에 대한 평가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무대를 일상의 공간으로 대체 —> 무대 위에서도 나는 다시 사기꾼이 되어간다.
가면과 인형은 다시 나를 무대의 공포로 부터 탈출하게 해주는 장치로서 작용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가면을 쓴 무대 위 공간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일까?

가면은 거세된 존재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자아의 이미지

(프로이드) 정신분석은 인간 마음의 최초의 불안의 지점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고 이름한다.
가장 흔한 오해,
“남자아이가 어머니를 사랑해서 아버지를 미워하고 여자 아이가 아버지를 사랑해서 어머니를 미워한다” 는 내용으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설명하는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의 근본적인 쾌락과 그 쾌락의 포기, 그리고 상실에 대한 보상과 불만을 설명하는 은유적 내러티브이다.
장-다비드 나지오, 오이디푸스 (정신분석의 가장 근본적 개념, 표원경, 한동네 2017)
최초의 쾌락 (그것은 사후적 기억일 수 있음)
쾌락의 대상은 근친일 확률이 높다. (부모의 역할을 하는 그 누구도 가능)
동일시의 환상 (쾌락의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환상)
완벽한 자아 이미지 - 나르시시즘
남근이 자아 이미지의 핵심이 된 것은 프로이드의 임상경험과 연관
거세 불안
남근을 이상화한 아이에게 쾌락은 남근과 같은 것이 되고 쾌락의 금지는 남근의 거세로 해석
문명의 규범을 학습하고 쾌락을 상실하는 모든 과정의 환상
개별적 환상의 형성
이상적 아버지의 탄생 - 동시의 실제 아버지의 죽음 - 초자아의 탄생
여러 버전의 오이디푸스가 있지만 결국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지점은 신경증의 탄생 신화라는 점이다. 태초에 쾌락이 있었고, 인간은 현재의 문명-언어(규범)을 받아들이는 존재로서 그것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실을 보상받기 위해 허용된 (금지된) 욕망을 따르고 보상과 같은 가짜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짜 쾌락의 보상은 언젠가 실패를 마주하고 금지(규범) 너머의 상실했다고 상상하는 쾌락을 우리도 모르게(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쾌락-금지-상실-보상-실패-다른 쾌락-금지-상실-보상-실패…- 또 다른 쾌락
반복이 우리의 신경증적 삶의 모습이다.
이 반복의 수열 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금지하는 아버지, 고통을 주는 아버지, 감시하고 응징하는 아버지의 이미지는 우리를 언제나 불안과 수치심,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다.

아버지의 이름

정신분석에서 죄책감-수치심의 감정은 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은유적-신체적 장치입니다.
쾌락을 상실한 아이에게 아버지는 동일시(사랑)의 이미지이자
거세-금지를 강요하는 위협의 이미지이자
쾌락의 보상을 약속하는 신의 이미지이자
타락 (실재의 쾌락)에 다가가는 것을 감시하는 응시의 이미지이자
가장 이상적인 자아를 표상하는 이미지이다.
아버지의 이름 (죽은 아버지)은 문명 그 자체이자 문명 속에 살아가는 인간을 표상하는 핵심 이미지이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리더라는 정체성(환상)의 중핵을 이룹니다.

리더는 왜 가면을 쓰는가?
리더라는 자리와 리더를 욕망하는 자아의 동일시와 분열의 반복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라는 자리는 오늘날의 대표적인 아버지의 이름
가부장 - 자본주의의 결합
끊임없이 유혹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이미지
최종적인 행복을 가져다 주는 이미지
기계적-합리성 + 사랑주는 아버지
쾌락을 잃어버린 아이의 자아 이상 (완벽한 동일시의 대상)
사랑받는 대상이 되고자 하는 욕망
아버지의 이미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아버지를 흉내 내고 들키지 않으려는 욕망
아버지의 이름 - 그 자리에 놓인 인간(리더-아이)은
완벽한 아버지를 흉내내고 (그게 무엇인지 모르면서)
언제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진짜 아버지의 환상, 응시-감시 아래서)
가짜임이 드러날까 수치심에 두려워한다.
죄책감 - 대상이 되고 자고자 하는 마음으로서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 - 동일시 하고자 하는 소유욕으로서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이 둘은 대타자를 어디에 위치시키는가에 따라 다른 하나의 대타자와의 관계 양상이다.
자신이 가면을 쓰고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마음과 들킴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이상적인 대상, 대타자의 응시 아래 놓인 자아가 스스로를 버려짐과 잃어버림의 두려움으로 부터 보호하고 회피하는 존재의 방식인 것이다.

가면을 쓴 리더

리더는 그 이름 자체가 가면, “아버지의 이름”이라는 인간 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아주 특별하고 지배적인 가면이다.
“아버지의 이름-가면”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기에 (신의 얼굴) 가짜만 존재한다.
스스로를 진짜로 믿는 ‘진실한 사기꾼‘
스스로를 의심하는 ‘부끄러운 사기꾼’
진실한 사기꾼 - 폭군이 된 아버지 (아버지의 부활)는 자기 객관화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다시 요구받는다. 그는 법과 도덕적 해석 아래 심판된 인간으로 전락한다. (전범, 범죄자, 사기꾼, 중독자, 조현병자….)
부끄러운 사기꾼 - 임포스터로서 스스로를 내려놓고 아버지가 아닌 자 또는 죽은 아버지의 대리인이 되는 과정을 연습하여 이해받을 수있는 겸손한자이자 자기를 연민하고 보듬는 건강한 자아가 되라고 조언 받는다. (실패 연습, 자기 인정, 대인 관계, 내려 놓음….)
가면 자체-즉 아버지의 이름과 대면하며 아버지의 이름이 아닌 다른 불가능성을 욕망하는 주체적 실천이 가능할까?
안티고네의 삶: 다른 아버지 되기 - 아버지의 발명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리더로서 성공한 이미지의 대리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절대적인 개별자로서의 가면을 발명하는 인간 → 진정한 리더는 죽음을 욕망한다.
진정한 리더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