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2. 2022
우리는 나를 스스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인간이 처음으로 자의식을 갖는 순간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태어난 아이가 엄마와 아빠에서 이것 저것 그리고 스스로를 누구 누구라며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을 넘어서면 이제 스스로를 “나"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내것이야’라는 소유의 언어는 ‘나는 내것’이라는 자의식과 자율로 그 상상력을 확장합니다. 나는 무엇을 가질 수 있는 존재에서 나 스스로를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며, 나는 나 스스로 주어진 세상 속에서 결정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는 단독자의 자아가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자율적인 나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믿어야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지식들을 모으게 됩니다. 알 수없는 타인의 말과 행동보다는 자기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는게 더 좋습니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해서든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 낸 자의식과 나의 동일성 유지를 위해서든 우리는 나르시시즘의 세계 속에서 자기애를 더욱 강화합니다.
“자기과신”
인지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기과신” 성향이 인간 합리성의 한계이자 약점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기가 아는 지식이 정확할 것이라는 과도한 믿음과 자신은 평균이나 객관적인 가능성을 넘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생각,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나을 것 이라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죠. 애매하고 불확정한 상황 속에서 결정하고 행동해야하는 인간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전략을 택합니다.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지 않으며 상대의 비판에 헛점을 공격하고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을 믿는 것이 잘못일까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며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미래를 알수 없으며 지금 이 순간 조차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정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믿고 내가 이해하는 진실을 믿으며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통해 재빠르게 생각해 낼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나의 대한 믿음을 넘어 나를 자멸로 몰아넣는 과도한 자기애와 오만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인간은 원래 오만하며 나르시즘에 빠진 존재일까요?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소심하고 부끄러워하는 나 자신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뭘 안다고 나서지? 나는 사기꾼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박수 뒤에 홀로 남은 나는 언제나 숨을 곳을 찾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인데 언제나 성과를 내야하는 기대에 끌려다니고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아는 척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숨어버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처지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는 가면을 쓰고 더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의외로 자신감있는 페르소나는 나를 실력자 또는 전문가로 만들어줍니다. 성공은 나의 능력 때문이고 실패는 환경 탓이거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얼마든지 돌릴 수 있도록 세상은 나의 편이 되어줍니다.
내가 쓴 가면의 역할은 세 가지 연기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절대 가면을 벗거나 자신을 의심하지 말 것 (성직자의 가면)
2.
나를 의심하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 비판하고 공격할 것 (검사의 가면)
3.
나를 지지하는 동조자를 가까이하고 적은 멀리할 것 (정치인의 가면)
나의 가면은 이제 내 얼굴과 하나가 되었고 내 안의 소심함과 연약함은 사라집니다. 나는 내가 더 경쟁적인 상황에 내 몰릴 수록, 긴급하고 무거운 책임을 가질 수록, 인정받아야 하는 욕망과 현실적 필요가 높아질 수록 가면과 더 이상 떨어질 수없는 하나가 되어갑니다.
가면에 중독된 나는 이 나르시즘의 가면을 벗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전개될 3번의 수업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기과신 이외에 우리는 자신의 눈을 가리는 인지적 편견과 주의력의 한계에 대해 같이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르시즘에 속에서 살아가는 내가 얼마나 쉽게 타인에 의해 조작되고 강요될 수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얼마나 쉽게 복종하며 살아가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자기를 사랑하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만든 나르시즘이 한편으로 우리를 타율적이며 복종하는 존재로 만든다는 아이러니를 잘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