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6. 2022
Lecture slide(링크)
의사결정과 협상의 목표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돈이든 관계든 사람이든 우리는 현명한 또는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협상의 수행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따라오는 질문과 의심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내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목표가 진짜가 아니라는 의심을 드러냅니다. 원하는 것이 (진짜)무엇인지 의심하는 순간 의사결정의 합리적 절차와 방법 그리고 협상의 기술과 요령들은 모두 그 쓸모를 잃어버립니다.
방향상실을 가져올 질문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가장 편한 목표를 우선 설정합니다. 객관적인 숫자 즉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목표로 설정하는 건 일단 가장 쉬운 목표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갈등은 이익의 분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는 더 많은 사람이 바라는 기대를 목표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 욕망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 가까운 사람, 유사한 사람들의 기대를 상상합니다. 같은 정체성으로 쉽게 묶이는 집단 즉 소속감이 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그 정체성에 맞추어 상상해 봅니다. 가족, 동문, 동료, 동향, 동성, 동포까지 동일한 무엇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기대를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는 곧 나의 기대이자 기쁨이 됩니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과정은 나의 집단(기대와 이익)과 그들의 집단(기대와 이익)을 나누며 원하는 것을 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의사결정과 협상 이전에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의사결정과 협상 속에서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가장 전형적인 갈등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큰 집단 속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나뉘어진 두 소집단이 서로 다른 목표(원하는 것)을 두고 반복적으로 갈등하고 협상하는 그런 흔한 이야기입니다. 흔한 이야기는 자주 반복되고 널리 적용되며 그럼에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에 아주 점진적이지만 축적된 문제 해결의 지혜(문제관리의 지혜가 더 어울리는 말이지만)를 들려줍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기반으로 가장 인기있는 프로 스포츠인 내셔널 하키 리그의 구단연맹과 선수노조사이 갈등과 협상의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 해 봅시다.
프로하키 리그는 30개의 지역별 구단과 약 700명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0개의 구단은 연맹을 통해 하키 경기의 규칙과 운영 계획 그리고 일정과 라이선스 계약 등의 의사결정을 합니다. 선수 노조는 구단 연맹보다 50년이나 뒤에 힘겹게 설립되었습니다. 1967년 노조설립 이전까지 선수들 개인은 구단과 처우나 경기 방식 전반에 관한 개별 협상을 해왔습니다. 빙판 위에서 몸과 몸이 부딪히고 심지어 몸싸움과 주먹다짐도 일부 허용되는 하키 경기는 팬들의 열광을 불러오는 반면 개별 선수들의 안전과 안정적인 생활에 대한 보장은 열악했습니다. 결국 선수들의 노력으로 노조가 설립되고 그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노조는 단체협약요구와 파업을 통해 당장 경기의 안전을 위한 보호장구 수준과 규칙들이 개선했고 선수들의 초상권과 마케팅 사업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NHL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즌의 규모가 미국 북서부를 너머 동부까지 확대되었고 리그는 이제 로컬 중심의 경기에서 북미 전역규모로 변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모의 확대는 구단들 간의 선수영입 경쟁과 자유로운 이적과 함께 구단간 그리고 선수간 격차를 심화시켰습니다. 결국 소수의 상위구단에 좋은 선수가 집중되고 선수간의 연봉격차도 심화되는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다른 경기는 상위 팀의 일방적인 경기가 되었고 팬들은 흥미를 잃었습니다. 리그 매출이 떨어지고 최상위권 선수들의 연봉이 구단의 매출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하자 구단 연맹은 선수들의 연봉 상승과 구단 간 실력격차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합니다. 결국 1994-95년 시즌 직전 구단연맹은 신입선수 연봉 상한 제한과 연봉 가산세, 자유계약 기간 제한 등의 입장을 내세워 선수노조와 협상을 시도하고 선수노조의 반대에 아예 시즌의 시작을 연기하고 운영을 중단하는 강수를 둡니다. 결국 구단연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단체협약 효력기간을 10년으로 정하게 됩니다.
협상 이후 수년이 흐르자 오히려 선수들의 연봉 상승은 더 가파르게 올라가 리그 운영의 손실폭이 계속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연봉이 아닌 보너스나 성과보상 형식으로 최고 선수 영입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자유이적 제한 기간 이후 연봉의 급상승과 이적 경쟁이 격화되는 부작용이 생긴 것입니다. 1999년 구단연맹은 노조에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노조는 당연히 거부했습니다. 결국 94-95년의 단체협약이 만료되는 2004-05년 단체 협약을 위한 협상은 구단연맹과 노조간의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이 되고 맙니다. 2003년 말 부터 구단연맹 측은 선수연봉의 즉각적인 인하(25%)와 선수 총연봉과 리그 운영 매출실적을 연동하는 제안을 내놓습니다. 언론을 통해 하키리그의 손실의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커졌다는 사실과 호화로운 선수들의 생활과 천문학적인 연봉 수준을 공개하며 하키팬들의 선수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이에 선수 노조 측도 구단연맹의 리그 부실운영과 회계자료에 대한 불신을 내세워 연맹측의 제안을 전면 거부 합니다.
리그 운영의 손실과 각종 문제점들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 넘기며 언론을 통해 서로를 비난하던 연맹과 노조는 결국 1년을 넘게 교착상태에 있게 되고 연방 중재위원회의 중재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04-05시즌 전체를 취소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즌이 다 끝나갈 05년 2분기에 가서야 05-06시즌을 위한 재협상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결국 이 협상은 표면적으로는 노조의 패배로 마무리됩니다. 물론 2004-05년 시즌 전부가 취소된 결과는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양측은 2005년 7월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그 결과는 사실상 2003년 10월 구단측이 처음 노조에게 제시했던 연봉 수준과 거의 비슷한 전년대비 24% 감축이었고 연봉상한과 매출 연계를 모두 수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협상이 끝난 후 리그의 매출은 계속 상승하게되고 선수들의 연봉은 매출과 연계되어 역시 지속 상승하는 효과를 갖게됩니다. 이후 2012년 6년의 단체 협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연맹측과 선수노조는 매출대비 선수연봉 총액의 비율을 두고 또 다시 부딪히게 됩니다. 갈등과 협상은 그 후로도 계속 반복되고 지속됩니다.
2004-05 NHL 협상 사례를 다룰 때 우리는 사례분석방법의 선택에 신중해야 합니다. 흔히 사례를 톱아보는 방법은 체계적으로 구분된 차원을 통해 나무에서 숲으로 또는 그 반대의 방향으로 사례를 뜯어 보는 방법입니다. 이 사례에서도 우리는 협상 당사자의 성격과 이해관계 그리고 그들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행했던 전술적 말과 행위들을 1차원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단계 그 위로 올라가 협상에서 오고 간 제안의 형식과 절차 그리고 아젠다의 내용과 구도(프레임) 등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더 올라가 이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판의 구조 즉 NHL 리그의 이해관계 구조와 단체협상이라는 형식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진 맥락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1차원 분석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두가지 주요 분석 대상은 협상의 당사자와 그들이 상대방의 인식에 영향을 주고자 행했던 전술적 행동입니다. 본 협상에서 협상의 당사자는 구단연맹의장인 게리 베트맨과 노조위원장 밥 구데나우입니다. 두 사람은 조직에서 성과로서 인정받은 리더들로서 저돌적이고 자신감있는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출직에 특화된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대중매체에 친화적인 장점도 공통되게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첨예한 쟁점으로 대립된 상황에서 두 사람의 장점은 오히려 협상을 서로에 대한 여론 전쟁의 양상으로 몰아갔으며 급기야 극단적인 선언 (시즌전체의 취소이나 장기화된 파업과 선수들의 외국 이적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비합리적 확전의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상대방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수준의 제안이나 세부 이슈에 대한 논의없이 상대의 제안을 회유나 속임수로 치부하며 대화를 거절하는 말과 행동들은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리스크 감수의 의지나 대안을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전술적 행위들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양측이 가진 합리적 협상의 범위 (Zone of possible agreement)를 넘어서는 손해를 가져올 뿐이었습니다.
양측 당사자의 전술적 행위가 오히려 비합리적인 확전과 최악의 협상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이해하려면 좀 더 높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2차원적으로 살펴볼 분석 대상은 양측이 제안을 하면서 만든 아젠다의 양상과 프레임입니다. 구단측은 1994-95시즌 당신 리그운영중단을 선언하는 초 강수를 두고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면서 신입선수연봉상한과 자유계약선수 연령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개별 구단이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경쟁은 도입한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선수들의 연봉은 더 빨리 상승하면서 리그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주었습니다. 구단측은 자신들의 협상이 매번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인식 속에서 04-05 시즌의 협상에서 제안할 주요 아젠다를 더 강력한 선수연봉감축을 위한 수단 도입에 관한 것으로 한정합니다. 2003년 10월 구단측이 노조에 제안한 최초 협상 요구는 팀별 총연봉의 상한(Salary cap)의 도입과 리그 매출에 따라 53~57% 이하로 선수연봉총합을 연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장 총연봉의 규모를 25% 낮추라는 노골적인 연봉 인하 요구도 함께 하였습니다. 노조와 구단측은 리그의 재정난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적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갔고 구단측의 제안은 선수들의 연봉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부실 경영과 불투명한 회계의 책임을 덮으려는 의도로 인식되었습니다. 양측의 아젠다 인식은 결국 줄어드는 리그의 수입(전체 파이)를 서로 더 많이 차지하려는 제로섬 게임으로 굳어져가고 있었기에 어떤 전술적 협상 행동에 대한 수용이나 협의의 여지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NHL 협상을 바라보면 갈등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보입니다. 구단연맹과 노조의 갈등은 파업과 리그운영중지라는 극단적 수단으로 상징되고 있습니다. 이는 리그 운영 수입을 두 대립하는 집단이 경쟁적으로 나누어 갖는 현실 때문에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로섬의 양상과 구조는 연맹과 노조가 1992년 파업 이후 경험한 여러차례의 협상 경험을 배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서로의 관계를 고정시킨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집단 단체 협약을 위한 협상을 마치 전쟁을 준비하듯 자원을 저장하고 서로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을 감행합니다. 실제 하키리그의 핵심문제는 선수 또는 구단간 격차 심화로 인한 게임의 질 하락과 그로인한 리그의 인기, 매출 하락에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구단이나 선수 모두에게 악영향을 주는 중요한 공통의 이슈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책임과 해법을 구단연맹과 선수노조 간의 경쟁적 구조와 협약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방식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욱이 파업과 운영중지 더 나아가 시즌취소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양측에 최악의 손해를 안겨줍니다.
이러한 경쟁적 구조의 고착화에 대한 구조적 대안으로서 연맹과 노조간의 단체 협상의 절차를 다자간 중재와 문제해결을 위한 상설위원회 방식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즉 단체 협약을 위한 연맹위원장과 노조 대표가 정면으로 부딪혀 이기고 지는 형식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아젠다를 놓고 제3자의 중재 형식을 취하자는 것입니다. 중재 절차 아래 이해관계자는 노조와 연맹이 아니라 연봉과 구단 격차에 문제의식을 공유한 선수와 구단, 에이전트, 리그 운영 임원 및 하키 팬들까지도 함께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즌의 중단을 인질로 삼는 소모전 양상이 아니라 시즌은 스케줄 대로 진행하되 수익금의 분배의 문제는 시즌과 병행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수익금을 중재 결과 전에는 제3자에게 공탁하는 방식의 절차도 제안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협상 사례의 분석에 있어서 위와 같이 체계적인 차원들의 검토를 통해 여러 측면의 문제점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중해야 할 것은 모든 갈등과 협상의 과정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협상의 과정은 사실 합리적 관점에서 지켜야할 여러 전략적 행위들과는 한참 동떨어진 사태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협상이 결과적으로 잘 타결된 경우에도 성공의 원인이 합리적 전략 때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때문에 체계적인 각 차원 단위의 분석을 넘어 실제 협상의 당사자의 입장에서 당시의 맥락 안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의 다이나믹 속에서 중요한 순간에 대한 이해와 교훈을 학습하는 방식이 협상을 준비하는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러분이 노조 위원장 밥 구데나워라면 2003~04년 시즌 개막 전 협상의 상황에서 어떤 전략적 행보를 이어나갔을까요? 언론과 하키 팬들의 여론은 결코 노조에게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구단측의 언론전은 노련했고 팬들은 선수들의 돈욕심이 하키시즌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조 내부에서는 지난 95년도 단체협상에서 노조가 모든 것을 양보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고, 선수들간의 연봉 편차가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한 내부 의견차이도 상당했습니다. 다만 노조에서 영향력이 센 메이저 에이전트들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노조 위원장인 당신 입장에서는 상위 랭킹 구단과 최상위 선수들의 이해관계는 별로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중하위 구단과 낮은 연봉의 선수들의 불만은 구단측이 주장하는 연봉의 상한과 최저연봉 도입, 평균연봉 이상의 선수나 구단으로 부터 세금을 거두어 하위 랭킹 팀과 저연봉 선수들을 지원하는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구단연맹측이 제시하는 회계자료에 대한 불신이나 선수들이 가진 구단연맹 측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선수들에 지지를 받아야 하는 처지이고 노조를 강하게 밀어부치는 구단연맹의장 게리베트맨과의 이미지 비교에서 약해보이거나 무능해보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밥 구데나워는 이미 만들어진 제로섬 게임의 경쟁 구조 아래서 이기는 싸움을 하는 동시에 하키 리그 전체가 직면한 다중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미션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집단 갈등은 이러한 이중문제 해결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사례를 통해 고민하셔야 하는 문제는 바로 전쟁같은 갈등 아래서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입니다. 고민을 계속 포기하지 말고 이어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거울자리를 떠나며
의사결정과 협상이라는 주제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갈등 속에서 나 자신의 욕망과 선택의 문제를 마주합니다. 이를 ‘함께 사는 문제’라고 부르기로 했으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 곳의 다른 장소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첫번째가 욕망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자리"였습니다. 지난 4주간 우리는 나 자신이 인식하고 이해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편향과 한계가 있음을 공부하였고, 그러한 편향과 한계의 근저에 우리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에 다양한 상상을 입힌 감정이라는 인간 본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객관적이고 비주관적이어야 할 공정성, 합리성 규범과 같은 사회적 합의 역시 개별 주체의 경험 속에서는 내가 속하거나 속한다고 생각하는 집단 속에서의 나의 욕망과 타자의 경험이 좌우하는 ‘나의 공정성’이며 합리성임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공부하였습니다.
욕망과 욕망이 모방하는 동시에 부딪히는 갈등의 사례로서 우리는 NHL 연맹과 노조 간의 단체협약 특히 2004-05년 시즌 취소 사례를 톱아보았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함께 사는 것은 그 자체가 갈등을 수반하는 것이며 이 갈등이 서로에 대한 파괴나 극단적인 지배로서 갈등 자체를 없애고자 할 때 오히려 공동체나 집단은 역동을 잃고 붕괴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사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원한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은 나를 비롯해 나 밖의 것 즉 타인이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상상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자입니다. 상상하는 능력은 풍부하고 깊은 심연을 가진 동시에 외부의 자극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상이 만든 이미지(표상)를 통해 감각하고 상상 안에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 과정은 지각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근저에 작용하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원함과 피함의 근본적인 감정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거울을 바라보는 것 또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을 상상하는 것과 같은 인간의 상상하는 능력과 상상을 통해 욕망하는 감정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줍니다. 서로가 동일한 것을 원하기를 바라고 그래서 지배하거나 인정받아야 하는 우리는 당연히 갈등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즉 함께 사는 문제는 갈등 속에서 같은 것을 원하면서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문제입니다.
끝.